수영일기2018. 3. 7. 06:31

하려던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우울감에 빠져있던 그 때,

뭔가 나아지고 싶다,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운동을 하기로 했다.

몸쓰는 걸 싫어해서 런닝머신과 싸이클을 달리는 것 외에는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수영은 생존운동이고, 또 친구의 추천도 떠올라서 약간은 즉흥적인 기분으로 강습을 신청했다.

한편으로 현실도피 같기도 하지만,

이것도 내게 도움이 될 거야.

그렇게 수강신청에 성공하고 바로 수영복세트와 타올을 주문했다. 두근두근.




첫째 날은 결석하고 둘째 날 강습부터 시작.

발급받은 카드를 내고 사물함 키를 받아 탈의실로 갔다.

샤워 후 샤워장과 이어진 수영장으로 내려가 기초반 레인을 찾았다.

처음이라 모든 것이 생소한 광경. 주변을 찬찬히 둘러본다.

정각이 되면 물 밖에서 강사 중 한 명이 호루라기를 불며 체조를 시키고 수강생들이 물속에서 따라 한다.

한쪽 다리를 들 때는 물속에서 중심잡기가 어려워서 조금 비틀거렸다. 바닥이 미끄러운 것 같기도 했다.




1. 걸어서 레인 왕복하기.

  다른 사람들은 빨리 걷는데 난 물이 무거워서 속도가 느렸다. 내 뒤로 줄줄이 길이 막혀서 부끄...

2. 세 명이 손잡고 음파 하며 한 바퀴 돌기.

  순간적으로 눈을 감았더니 수경 안으로 물이 들어가서 당황했다.

  음파 하려는데 숨이 막히는 느낌에 코로 숨을 세게 내쉬었더니 혼자 3초도 못 참고 올라왔다.

  다음 시간에는 천천히 음- 소리를 내면서 해봐야지.

3. 레인에 걸터앉아 물장구치기

  레인 끝에 걸터앉아 발끝을 펴고 물 밀어내기. 물 위에서만 치지 말고 물을 올려 퍼낸다.

  좀더 작고 빠르게 차기. 발가락까지 오므릴 필요는 없다. 쥐 난다.

4. 레인에 엎드려 물장구치기

  레인에 팔을 쭉 뻗고 엎드려 발차기. 이것도 물 밖에서 차지 말고 깊게 차야 한다. 

  허벅지도 함께 사용한다. 발차기를 하고 나니 허벅지가 엄청 땡긴다. 근육 잠시 풀어주기.


여기까지 첫째날 진도 복습이었다.




4. 수평뜨기

  양 팔을 귀 옆에 붙인 자세로 바닥을 박차고 물 위에 눕는다.

  멈출 때는 다리를 가슴으로 모으고, 팔을 바닥을 향해서 중심을 잡은 후 머리를 들어 올린다.

  숨이 모자라서 빨리 일어나고 싶은 마음에 얼굴 먼저 빼려고 하는 바람에 자꾸 줄을 잡고 몸을 뒤집는다.

  그러면 안 된다고 하는데 물이 무서워서 어쩔 수 없었다.

  원래 팔을 귀 뒤에 붙여 머리를 아래로 향하게 해야 다리가 뜬다.

  물에 처음 들어왔는데 물 위에 혼자 떠야 한다니, 두려움이 엄습했다. 

5. 수평뜨기 + 발차기

  수평뜨기 상태에서 물장구치며 앞으로 나아가기

  역시 불가능. 운동신경도 부족한데 물이 무서워진 내가 가능할 리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왜 잘하는 거지? 꼭 나만 물에 처음 들어온 사람 같다.

6. 난간 잡고 머리 넣고 발차기

  팔을 쭉 펴고 머리를 끝까지 집어넣으면 발이 들린다. 그 상태에서 발차기.

  이것 역시 음파 호흡이 안되기 때문에 오래 하지 못했다. 머리를 깊게 넣지 못해서 다리가 계속 가라앉았다.




첫 강습 후기.

총체적 난국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자괴감에 빠졌다.

호흡부터 연습해야겠다. 물속에 머리를 넣지 못하니까 진도를 따라갈 수가 없다.

샤워하고 나오니 개운하긴 하다. 물에 떠있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새벽 시간에는 연령대가 높다고 했는데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다.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듯.

처음 수영복을 입어봤을 때 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좌절했는데, 막상 수영장에 가니 아무렇지도 않았다.




*굵은 글씨는 맞춤법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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